2026-10-24 · 민지환 (수석연구원)

초가공식품 섭취 추이와 건강 영향: 아동·청소년 17년 변화와 한국 정책 공백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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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요약: 아동·청소년 열량의 3분의 1이 초가공식품입니다

한국 아동·청소년이 하루에 먹는 열량의 3분의 1은 이제 초가공식품에서 나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석경 박사 연구팀이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18세 2만4,518명을 분석해 JAMA Network Open(2026)에 발표한 결과입니다. 하루 열량 중 초가공식품 섭취 비중은 2007~2009년 24.6%에서 2022~2024년 33.0%로 8.4%p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원재료를 그대로 쓰거나 최소한만 가공한 식품의 비중은 64.8%에서 51.8%로 줄었습니다. 4kcal 중 1kcal이던 몫이 3kcal 중 1kcal로 커진 것입니다.

목차

초가공식품 섭취 실태: 학령기와 가공육·가당음료가 이끈 17년

증가를 이끈 쪽은 학령기 아이들과 가공육·가당음료·단 간식이었고 흔히 지목되는 라면은 제자리였습니다.

초가공식품은 영양소가 아니라 가공 정도로 식품을 나누는 NOVA 분류의 4군입니다. 브라질 상파울루대학 연구진이 만든 이 분류에서 4군은 당·유지·소금에 가정 요리에서 거의 쓰지 않는 원료와 유화제·향미증진제·색소를 배합한 산업 제품을 가리키는데요. 탄산음료, 포장 과자, 햄·소시지가 대표적입니다.

3년 주기로 본 비중은 24.6%, 28.3%, 31.2%, 32.3%, 32.4%, 33.0%로 이어졌습니다. 17년 증가분 8.4%p 가운데 6.6%p(약 79%)가 2015년까지 생겼고 2016년 이후 상승폭은 0.7%p에 그쳤습니다. 급증기는 지났지만 수치가 내려오지 않는 고원 국면입니다.

연령별로는 6~12세가 22.9%에서 34.0%로 11%p 넘게 늘어 가장 가팔랐습니다. 13~18세는 36.9%에 이르렀고 1~5세의 증가폭은 2.8%p였습니다. 스스로 간식을 사기 시작하는 나이부터 변화가 커진 것입니다. 체중별로 보면 오히려 비만이 아닌 아이들의 증가폭이 컸습니다. 24.7%에서 33.5%로 9%p 가까이 늘어 비만인 아이들(24.9%→30.9%, +6.0%p)을 앞질렀습니다. 연구팀은 저당 요거트나 대체육 소시지처럼 건강해 보이는 초가공식품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하위 식품군2007~2009년2022~2024년변화
가공육2.6%5.8%+3.2%p
단 과자·디저트류7.0%8.8%+1.8%p
소스·양념류1.2%2.8%+1.6%p
가당음료1.7%3.1%+1.4%p
가향 유제품2.4%3.2%+0.8%p
라면4.7%4.4%유의한 변화 없음

단위: 하루 섭취 열량 중 비중. 대상: 국민건강영양조사 1~18세 2만4,518명. 출처: 한국보건사회연구원(JAMA Network Open 2026)

가공육 비중은 2.2배, 가당음료는 1.8배가 됐습니다. 햄·소시지가 반찬 자리를, 단 음료와 가향 요거트가 간식 자리를 차지한 셈입니다. 원인으로는 배달 서비스와 편의점 접근성 확대, 조리·양념된 식품의 상업화가 꼽힙니다. 연구팀은 청소년이 식품 마케팅과 먹방에 많이 노출된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어른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심지선 연구팀의 Nutrients(2021) 분석에서 전 연령 비중은 2010~2012년 23.1%에서 2016~2018년 26.1%로 늘었고 20~49세(24.8%→29.8%)의 증가폭이 가장 컸습니다. 두 연구는 대상과 분류 방식이 달라 수치를 그대로 이어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초가공식품 건강 영향: 위험 신호는 일관되고 인과 근거는 아직 약합니다

초가공식품을 많이 먹을수록 심혈관질환·대사질환·사망 위험이 높다는 결과는 대규모 연구마다 되풀이됩니다. BMJ 그룹 학술지 Family Medicine and Community Health(FMCH)가 2026년 9월 발표한 메타분석(여러 연구 결과를 통계적으로 합친 분석)은 전향적 코호트 51편, 성인 881만9,894명을 2~32년 추적한 자료를 종합했습니다. 최상위 섭취군은 최하위군보다 소화기질환 위험이 31%, 우울·불안이 27%, 심혈관 사건과 대사증후군·당뇨병이 각각 24%, 전체 사망이 18%, 암이 12% 높았습니다. 하루 100g을 더 먹을 때마다 심혈관 사건 위험은 14%, 암은 4%, 전체 사망은 3%, 대사증후군·당뇨병은 2%씩 올라갔습니다.

The Lancet이 2025년 11월 낸 초가공식품 시리즈도 장기 연구 104편 중 92편에서 만성질환 위험 증가를 확인했습니다. 시리즈가 지목한 경로는 과식, 낮은 영양의 질, 유해 화학물질 노출입니다.

이 수치들은 상대위험, 곧 비교 집단보다 위험이 얼마나 높은지를 나타냅니다. 많이 먹는 사람은 운동 부족 같은 다른 위험 요인을 함께 가진 경우가 많아 51편 메타분석의 저자들도 인과관계는 확립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BMJ(2024) 우산 리뷰(여러 메타분석을 다시 묶어 평가한 연구)의 근거 확실성 등급(GRADE)도 낮음~매우 낮음이었습니다. 인과의 단서는 임상시험이 내놓았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2019)과 영국 UCL(2025)의 교차시험에서는 영양 성분을 맞춰도 초가공 식단일 때 더 많이 먹거나 체중이 덜 줄었습니다. 두 시험 모두 표본이 작고 기간이 짧다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아이들 몸에서는 신호가 더 일찍 나타납니다. 국립보건연구원이 2024년 8~17세 비만 아동·청소년 149명을 분석했더니 초가공식품 섭취 상위 3분의 1 그룹은 열량의 44.8%를 초가공식품으로 채우고 있었습니다. 이 그룹은 하위 그룹보다 인슐린저항성 위험이 2.44배, 중등도 이상 지방간 위험이 4.19배 높았습니다. 분당차여성병원 등이 지방간 아동을 조사한 연구에서도 지방간이 심한 아이일수록 학원가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을 자주 이용했습니다. 스페인 SENDO 코호트에서는 초가공식품을 많이 먹는 유아일수록 화면시간 권고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식습관과 다른 생활습관이 함께 흔들린다는 뜻입니다. 국내 근거가 소규모 단면 연구(한 시점에 측정한 연구) 중심인 만큼 아이들을 장기 추적하는 연구가 뒤따라야 합니다.

한국 권장 기준과 정책: 영양성분만 보고 가공 정도는 보지 않습니다

한국의 식품 관리 기준은 영양성분이며 초가공식품의 법적 정의나 표시제는 없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고열량·저영양 식품' 제도는 열량·포화지방·당류 기준을 넘는 어린이 기호식품을 학교에서 팔지 못하게 하고 TV 광고도 제한합니다. 하지만 아이뉴스24가 짚었듯 학교 밖 편의점에서는 같은 제품을 제재 없이 살 수 있습니다.

영양표시 의무는 2028년 1월까지 모든 가공식품으로 넓어집니다. 보건복지부의 2025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는 '가당음료의 섭취는 가능한 줄인다'는 문구가 새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가공 정도를 기준으로 한 국가 권고는 아직 없습니다. 2026년 3월 의결된 제6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도 초가공식품을 별도 과제로 내세우지 않았습니다.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식약처는 국제적 정의가 없어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이 빈틈은 섭취 데이터와 맞물립니다. 성분만 기준치 아래로 맞춘 가공육이나 감미료 음료는 가공 정도가 높아도 관리망을 빠져나갑니다. 비만이 아닌 아이들의 섭취가 더 빨리 늘어난 현상도 이 지점과 겹칩니다.

국내외 비교: 섭취 수준은 영미의 절반, 증가 속도는 더 빠릅니다

한국 아이들의 초가공식품 섭취 비중은 미국·영국의 절반 수준이지만 연평균 증가폭은 비교 대상국 가운데 가장 큽니다.

국가아동·청소년 열량 중 비중비교 기간 변화연평균 변화
한국33.0%+8.4%p(2007~2024년, 17년)약 +0.49%p
미국67.0%+5.6%p(1999~2018년, 19년)약 +0.29%p
대만25.0%+4.0%p(1993~2011년, 18년)약 +0.22%p
영국65.9%-4.8%p감소

출처: 한국보건사회연구원(JAMA Network Open 2026) 국제 비교. 연평균 변화는 증가폭을 기간 연수로 나눈 값

한국의 연평균 증가폭은 미국의 약 1.7배, 대만의 약 2.2배입니다. 영국은 오히려 비중이 줄었습니다. 증가가 피할 수 없는 흐름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The Lancet 시리즈에 따르면 스페인은 11%에서 32%로 늘었고 미국·영국은 20여 년간 50% 이상에 머물렀습니다. 원재료로 조리한 음식이 아직 열량의 절반을 넘는 한국에는 수치가 더 오르기 전에 막을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규제 수단도 나라마다 다릅니다. 칠레와 멕시코는 한국처럼 영양성분을 기준으로 삼지만 전면 경고표시라는 강한 수단을 씁니다. 칠레는 2016년부터 경고표시와 함께 아동 마케팅 제한과 학교 판매 금지를 시행했고 멕시코는 2020년부터 경고표시를 붙였습니다. PLOS Medicine에 실린 평가를 보면 칠레에서는 법 시행 뒤 고함량 음료 구매가 줄었고 멕시코에서는 경고표시가 기업의 제품 재배합(성분을 바꿔 다시 만드는 것)을 이끌었습니다. 가공 정도를 직접 겨냥한 사례도 있습니다. 브라질은 공립학교 급식의 가공·초가공식품 비율 상한을 단계적으로 낮추고 있습니다. 가공 정도와 성분을 함께 보는 미국 캘리포니아는 AB 1264로 학교급식의 '우려 초가공식품'을 2035년까지 퇴출합니다. WHO도 초가공식품 지침을 개발하고 있어 국제 기준이 정해지면 한국도 정의 논의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시사점과 실천 과제: 늘어난 품목부터 줄이는 가정·학교·직장

줄여야 할 것은 라면보다 가공육과 단 음료이고 챙겨야 할 대상은 비만 아동만이 아닙니다.

가정은 반찬과 간식 자리부터 바꿉니다

햄·소시지·너겟 대신 생고기·달걀·두부를, 단 음료 대신 물을, 가향 요거트 대신 플레인 요거트와 과일을 올리는 데서 시작합니다. 라면은 17년 동안 증가 요인이 아니었으므로 라면만 끊게 하는 처방은 과녁을 벗어납니다. 무작정 금지하기보다 가족이 함께 식사 환경과 화면시간을 바꾸는 편이 효과적입니다.

학교·지역·직장은 모든 아이와 부모 세대를 봐야 합니다

증가폭은 6~12세와 비만이 아닌 아이들에게서 컸습니다. 학교와 보건소는 비만 아동 관리에서 나아가 초등 저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영양교육을 해야 합니다. 학원가·편의점의 먹거리 환경 관리와 급식의 초가공식품 비율 점검도 지역 사업으로 검토할 만합니다.

직장은 부모 세대를 만나는 통로인데요. 20~49세는 성인 가운데 증가폭이 가장 컸고 학령기 자녀를 둔 세대이기도 합니다. 구내식당 메뉴와 사내 간식·자판기 구성을 바꾸면 그 변화는 가정의 식탁으로 이어집니다.

통계와 제도는 가공 정도를 재는 데서 출발합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초가공식품 열량 비중을 정례 지표로 넣어야 합니다. 영양표시가 모든 가공식품으로 넓어지는 2028년에 맞춰 원재료·첨가물 정보로 초가공식품을 정의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모든 가공이 문제는 아닙니다. 통곡물빵이나 플레인 요거트처럼 해롭지 않은 초가공식품도 있고 살균·냉동·발효 같은 가공은 식품 안전에 꼭 필요합니다. 메시지는 '가공식품을 끊자'가 아니라 '늘어난 품목부터 줄이고 원재료로 조리한 끼니를 늘리자'여야 합니다. 아이들 열량 중 초가공식품 비중이 32~33%대에서 멈춰 선 지금이 더 오르기 전에 막을 적기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초가공식품과 가공식품은 어떻게 다른가요?NOVA 분류에서 가공식품(3군)은 통조림·치즈처럼 원재료에 소금·설탕·기름을 더한 식품입니다. 초가공식품(4군)은 가정 요리에 거의 쓰지 않는 원료와 첨가물을 배합한 산업 제품입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는 3군 비중(6.7%→10.5%)을 4군과 따로 집계했습니다.
연구마다 섭취 비율이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요?대상 연령, 조사 연도, 분류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전 연령 기준 2016~2018년 비중은 26.1%(Nutrients 2021)이고 1~18세 기준 2022~2024년 비중은 33.0%(JAMA Network Open 2026)입니다.
심혈관 위험이 24% 높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섭취 최하위군보다 최상위군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24% 높다는 뜻입니다. 원래 위험이 낮으면 실제 차이도 작습니다. 관찰연구 결과여서 다른 생활습관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하지도 못합니다.
아이에게 라면부터 끊게 해야 하나요?데이터로 보면 우선순위는 아닙니다. 라면 비중은 4.7%에서 4.4%로 유의한 변화가 없었습니다. 반면 가공육(2.6%→5.8%)과 가당음료(1.7%→3.1%)는 크게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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