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에 따라 건강수명이 8년 넘게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핵심은 건강 격차가 개인의 의지 차이가 아니라 생활환경의 차이로 만들어진다는 점입니다. 2020년 기준 소득 상위 20%의 건강수명은 74.88세, 하위 20%는 66.22세로 8.66년의 간격이 있었습니다. 더 눈여겨볼 것은 방향입니다. 2011년 7.1세였던 상하위 20% 격차는 2021년 8.2세로 1.1세 더 벌어졌는데, 같은 기간 상위 20%가 1.6세 늘어나는 동안 하위 20%는 0.5세 늘어나는 데 그쳤기 때문입니다. 전체 건강수명이 올라가도 그 증가분이 고르게 배분되지 않으면 격차는 자동으로 확대됩니다. 건강형평성 정책이 평균값이 아니라 분포를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목차
- 소득에 따라 건강수명이 8년 넘게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같은 광역시 안에서도 갈리는 건강지표, 현장에서 본 장면
- 소득 5분위로 갈라지는 건강수명 8.66년
- 지역사회건강조사가 보여 주는 시군구 단위의 격차
-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오히려 벌어지는 구조
- HP2030과 건강도시 정책은 무엇을 겨냥하는가
- 지역과 개인이 각각 할 수 있는 일
- 자주 묻는 질문
- 같이 읽으면 좋은 것들
같은 광역시 안에서도 갈리는 건강지표, 현장에서 본 장면
한국건강생활연구원(KHLI)이 한 광역시의 자치구별 건강지표를 나란히 놓고 본 적이 있습니다. 행정구역상 자동차로 이십 분 거리인 두 자치구의 걷기 실천율이 십오 포인트 넘게 벌어져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연령 구성 차이겠거니 했는데, 연령을 표준화해도 격차가 크게 줄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두 지역을 걸어 보고 나서야 이유가 짐작됐습니다. 한쪽은 하천을 따라 끊기지 않는 보행로가 사 킬로미터 넘게 이어져 있었고, 다른 쪽은 왕복 육 차선 도로가 생활권을 두 조각으로 갈라 놓고 있었습니다. 후자에서는 십 분을 걸으려면 신호등을 세 번 건너야 했습니다.
보건소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프로그램 참여자의 구성이었습니다. 걷기 교실이든 금연 클리닉이든, 등록자의 다수가 이미 건강에 관심이 많고 시간 여유가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교대 근무를 하거나 야간 일을 하는 분들은 프로그램이 열리는 평일 오전 열 시에 올 수가 없습니다. 정책이 만들어 놓은 자원이 정작 가장 필요한 집단에 닿지 않는 구조인데, 이런 현상을 예방의학에서는 개입의 역진성이라고 부릅니다. 건강증진 사업이 잘 굴러갈수록 격차가 오히려 벌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주민 인터뷰에서 반복해 들은 말이 있습니다.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 할 시간이 없어요." 금연과 절주, 신체활동의 필요성을 모르는 분은 거의 없었습니다. 아는 것과 하는 것 사이를 가로막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시간과 거리, 비용이었습니다. 이 간격이 소득에 따라 체계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에 결과도 체계적으로 갈립니다.
소득 5분위로 갈라지는 건강수명 8.66년
한 줄로 정리하면, 한국의 건강 격차는 평균 개선과 격차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는 형태입니다.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기준으로 소득을 다섯 구간으로 나눈 분석에서 2020년 최상위 분위의 건강수명은 74.88세, 최하위 분위는 66.22세였습니다. 여덟 살 가까이 차이 나는것인데, 이는 같은 나라 같은 제도 안에서 살아가는 국민 사이의 차이입니다.
전체 지표만 보면 상황은 좋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건강수명은 2008년 68.89세에서 2020년 71.82세로 2.93년 늘었습니다. 특히 2019년에서 2020년 사이 한 해 동안만 1.25년이 뛰었는데,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0.15년씩 완만하게 오르던 흐름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폭입니다. 같은 기간 기대수명도 80.83세에서 84.55세로 올라갔습니다. 다만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간격은 11.95세에서 12.73세로 벌어졌습니다. 오래 사는 만큼 아픈 채로 사는 기간도 함께 늘었다는 뜻입니다.
성별 차이도 있습니다. 2020년 여성 건강수명은 73.98세, 남성은 69.43세로 4.55년 차이가 났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소득에 따른 격차가 성별 격차보다 두 배 가까이 크다는 점입니다. 건강 정책에서 성별이 오래 다뤄져 온 축이라면, 소득과 지역은 상대적으로 늦게 주목받은 축인데 그 설명력은 더 큽니다.
| 구분 | 2008년 | 2020년 | 변화 |
|---|---|---|---|
| 건강수명(전체) | 68.89세 | 71.82세 | +2.93년 |
| 기대수명(전체) | 80.83세 | 84.55세 | +3.72년 |
|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 | 11.95세 | 12.73세 | +0.78년 |
| 소득 상위 20% 건강수명 | - | 74.88세 | - |
| 소득 하위 20% 건강수명 | - | 66.22세 | 격차 8.66년 |
지역사회건강조사가 보여 주는 시군구 단위의 격차
지역 단위 격차를 확인하는 가장 두꺼운 자료는 질병관리청 지역사회건강조사입니다. 전국 17개 시·도와 258개 보건소가 함께 수행하는 법정 조사로, 2024년에는 231,728명이 153개 문항에 응답했고 46개 지역별 건강통계가 산출됐습니다. 조사원이 가구를 직접 방문해 태블릿으로 일대일 면접을 하는 방식이라 지역별 비교 가능성이 높습니다.
2024년 결과에서 전국 단위 지표는 엇갈렸습니다. 신체활동 실천율은 25.1%에서 26.6%로 올랐고 우울감 경험률은 7.3%에서 6.2%로 떨어졌습니다. 반면 비만율은 33.7%에서 34.4%로 상승했습니다. 문제는 이 평균값 뒤에 있습니다. 당뇨병 진단자의 치료율과 혈압수치 인지율처럼 만성질환 관리의 질을 보여 주는 지표에서 시·도 간 격차가 오히려 확대된 것으로 제시됬습니다. 예방 행태 지표는 좁혀지는데 치료·관리 지표는 벌어지는 이 조합은 의료 접근성과 지역 보건 인프라의 문제를 가리킵니다.
앞서 언급한 걷기 실천율의 자치구 간 차이도 같은 맥락에서 읽어야 합니다. 걷기라는 행동은 개인의 선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보행로 연속성·가로등 밀도·경사도·대중교통 접근성 같은 물리적 조건에 강하게 묶여 있습니다. 지역별 건강지표를 볼 때 행태 지표만 나열하고 환경 지표를 함께 보지 않으면 원인 진단이 개인 책임 쪽으로 기울기 쉽습니다.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오히려 벌어지는 구조
격차 확대는 몇몇 지표에서 뚜렷하게 확인됩니다. 여성 자살사망률의 소득 상하위 20% 격차는 2018년 인구 10만 명당 8.9명에서 2022년 10명으로 1.1명 늘었습니다. 남성 고혈압 유병률 격차는 같은 기간 5.4%포인트에서 7.7%포인트로 벌어졌습니다. 남성 비만율의 1분위와 5분위 격차는 1.1%포인트에서 4.2%포인트로 네 배 가까이 확대됐습니다. 치매안심센터 등록·관리율 격차는 2018년 52.2%포인트에서 2023년 56.5%포인트로 커졌습니다.
이 숫자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것은 개선의 속도 차이입니다. 어느 지표에서도 하위 집단이 절대적으로 나빠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좋아지는 속도가 느립니다. 새로운 건강 정보, 새로운 검진 프로그램, 새로운 관리 서비스가 도입될 때 그것을 먼저 활용하는 쪽은 대체로 정보 접근성과 시간 여유가 있는 집단입니다. 이 만큼의 시차가 쌓이면 격차가 됩니다.
| 지표 | 이전 시점 격차 | 최근 시점 격차 |
|---|---|---|
| 여성 자살사망률(10만 명당) | 8.9명 (2018) | 10명 (2022) |
| 남성 고혈압 유병률 | 5.4%p (2018) | 7.7%p (2022) |
| 남성 비만율(1분위~5분위) | 1.1%p | 4.2%p |
| 치매 등록·관리율 | 52.2%p (2018) | 56.5%p (2023) |
| 소득 상하위 20% 건강수명 | 7.1세 (2011) | 8.2세 (2021) |
여기에 지역 요인이 겹치면 효과는 곱해집니다. 저소득 가구는 주거비 때문에 생활환경이 덜 갖춰진 지역에 거주할 확률이 높고, 그 지역은 다시 보행 환경과 의료기관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개인 소득과 거주 지역이 독립적인 변수가 아니라 서로를 강화하는 관계라서, 소득 대책과 지역 대책을 따로 세우면 둘 다 효과가 반감됩니다.
HP2030과 건강도시 정책은 무엇을 겨냥하는가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HP2030)은 건강형평성을 명시적 목표로 올려놓은 계획입니다. 전체 건강수명을 73.3세까지 끌어올리는 동시에,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건강수명 격차를 8.1세에서 7.6세 이하로 줄이고 지역 간 격차는 2.9세 수준에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평균 향상과 격차 축소를 함께 지표로 잡았다는 점이 이전 계획들과 구분되는 지점입니다.
다만 목표 설정과 달성은 다른 문제입니다. 2021년 실측 격차가 8.2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7.6세까지 0.6세를 줄여야 하는데, 최근 십 년의 추세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왔습니다. 추세를 꺾으려면 전체 평균을 올리는 사업과 하위 집단을 겨냥한 사업의 비중 자체를 조정해야 합니다. 그런 데도 지역 보건사업 예산은 여전히 참여자 수와 만족도 같은 총량 지표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도시 정책은 이 문제에 물리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입니다. 보건소가 주민을 불러 모으는 대신 주민이 이미 지나다니는 경로 자체를 바꾸는 것인데요, 보행로 연결, 계단 접근성 개선, 근린공원 배치, 금연 구역 설계 같은 개입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런 환경 개입의 장점은 참여 의사와 무관하게 모든 주민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데 있습니다. 프로그램형 사업이 역진성을 갖는 것과 달리, 환경형 사업은 오히려 저소득층에서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보고됩니다.
지역과 개인이 각각 할 수 있는 일
지역 차원에서 첫 단계는 지표를 쪼개 보는 것입니다. 시·도 평균만 보면 격차가 보이지 않습니다. 지역사회건강조사는 시군구 단위 결과를 공개하고 있으므로, 자기 지역의 지표를 인접 지역과 나란히 놓고 어느 항목이 특히 낮은지 확인할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시간대입니다. 프로그램 운영 시간을 평일 야간이나 주말로 옮기는 것만으로도 참여자 구성이 달라집니다. 세 번째는 도달 경로입니다. 보건소 방문을 전제하지 않고 직장·경로당·아파트 커뮤니티로 찾아가는 방식이 접근성 장벽을 낮춥니다.
개인 차원에서는 자신이 어떤 조건에 놓여 있는지부터 파악하는 편이 낫습니다. 집에서 도보 십 분 안에 끊기지 않고 걸을 수 있는 구간이 있는지, 가까운 곳에 국가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 있는지, 직장에 정기 검진 시간을 보장하는 제도가 있는지 같은 것들입니다. 조건이 나쁘다면 의지를 더 쓰는 대신 조건을 바꾸는 쪽이 지속됩니다. 출퇴근 경로를 바꾸거나, 검진 예약을 연차와 함께 미리 잡아 두는 식입니다.
가장 확실한 개인 수준의 형평성 도구는 국가건강검진입니다. 소득과 무관하게 제공되는 몇 안 되는 자원이고, 만성질환을 조기에 잡아내는 통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수검률 자체가 소득에 따라 갈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검진 결과를 받아 든 뒤 그것을 생활 조정으로 연결하는 단계에서 격차는 한 번 더 벌어집니다. 결과지의 숫자를 그대로 두지 않고 한 가지 행동이라도 바꾸는 것, 이것이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응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건강수명과 기대수명은 어떻게 다른가요?
기대수명은 태어난 사람이 평균적으로 몇 년을 살 것으로 기대되는가를, 건강수명은 그중 질병이나 장애 없이 건강하게 지내는 기간이 몇 년인가를 나타냅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기대수명은 84.55세, 건강수명은 71.82세로 두 값의 차이는 12.73세였습니다. 이 차이는 2008년 11.95세에서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수명 연장이 곧 건강한 시간의 연장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소득이 낮으면 왜 건강수명이 짧아지나요?
단일 원인이 아니라 여러 경로가 겹칩니다. 노동 조건(교대·야간·육체노동), 주거 환경(소음·대기질·보행 환경), 시간 자원(운동과 조리에 쓸 수 있는 시간), 의료 접근성(검진 수검과 사후 관리 지속), 정보 접근성이 대표적입니다. 한국의 자료에서도 남성 비만율의 소득 1분위와 5분위 격차가 1.1%포인트에서 4.2%포인트로 확대됐는데, 개인의 지식 차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크기입니다.
내가 사는 지역의 건강지표는 어디서 확인하나요?
질병관리청 지역사회건강조사에서 시군구 단위 결과를 공개합니다. 2024년 조사는 258개 보건소가 참여해 231,728명을 면접했고 46개 지역별 건강통계를 제공합니다. 흡연, 음주, 신체활동, 비만, 우울감, 만성질환 관리 같은 항목을 지역별로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공하는 지역별 기대수명 지표도 시도·시군구 단위로 성별과 보험료 분위별 값을 함께 제공합니다.
건강증진 프로그램이 격차를 더 벌린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요?
개입의 역진성이라고 부르는 현상입니다. 프로그램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실제 참여에는 시간, 이동 거리, 정보 접근성이 필요합니다. 이 조건을 이미 갖춘 집단이 먼저 참여하기 때문에, 사업이 잘 운영될수록 상위 집단의 건강이 더 빠르게 좋아져 격차가 커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참여를 전제하지 않는 환경 개선형 사업, 예를 들어 보행로 연결이나 공공시설 접근성 개선이 형평성 관점에서 더 유리하다고 봅니다.
HP2030의 격차 목표는 달성 가능한 수준인가요?
쉽지 않은 목표입니다. 소득 상하위 20%의 건강수명 격차를 7.6세 이하로 낮추는 것이 목표인데, 2011년 7.1세였던 격차가 2021년 8.2세로 늘어난 상태입니다. 추세를 반대로 돌려야 하는 상황이라 총량 확대 사업만으로는 도달하기 어렵습니다. 지역 간 격차 역시 2.9세 수준 관리를 목표로 두고 있어, 평가 지표를 참여자 수에서 하위 집단 도달률로 바꾸는 작업이 함께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같이 읽으면 좋은 것들
출처
- 건강하게 사는 '건강수명' 기간도 빈익빈 부익부··· 소득 따라 최대 8.66년 격차 (2025)(NewsArticle)
- 소득계층별 건강수명 격차 커져...악화되는 '건강형평성'(NewsArticle)
- 지역사회건강조사 2024년 결과 발표 (질병관리청 보도자료)(GovernmentService)
- 2024년 지역사회건강조사 통계집 발간… 원시자료 공개(NewsArticle)